입력 : 2012-03-02 16:01:26
/글 김경래
그라비티의 대작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뒤를 잇는 정식 후속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2’가 지난 2월 22일 그랜드 오픈을 선언하며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초반 ‘라그나로크 온라인 2’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라그나로크 온라인2’을 체험해 보았다.
보안은 필수, 캐릭터 생성만큼 중요한 2차 비밀번호!
<보안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는 특이하게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2차 비밀번호부터 요구한다. 비밀번호 입력부터 범상치 않다. 고도의 보안을 갖춘 인터넷 뱅킹처럼 숫자를 하나 입력할 때마다 숫자 키패드 배치가 랜덤하게 바뀌어서 보안성을 강화 해준다. 최근 MMORPG를 포함,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의 추세가 보안 강화임을 고려할 때 캐릭터 생성 이전부터 2차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2’는 일단 보안에 꽤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업만 봐도 그때 그 게임의 감동이 밀려온다>
2차 비밀번호를 정하고 서버를 선택하면 드디어 본격적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세계에 입성할 수 있다.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 2’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 많은 비난을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캐릭터 생성 부분이었다. 첫 테스트 당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맥을 잇는다고 해놓고선 실제로는 극히 한정된 직업과 몇 안 되는 캐릭터 설정만이 가능해서 게이머들을 실망시켰다.
이후 베타테스트에서는 그런 비판을 확실히 반영해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있던 직업구분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그랜드 오픈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있던 직업이 그대로 반영됐다. ‘노비스(직업 결정 이전의 초보자 클래스)’와 ‘상인’ 직업이 없다는 점을 빼면 거의 똑같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강점 중 하나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러면서 각 직업간의 개성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특별히 화려하진 않지만 전작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캐릭터 세부 설정도 원조 ‘라그나로크 온라인’보다 꽤 풍부해졌다. 물론 ‘아이온’이나 ‘테라’마냥 캐릭터 눈,코,입 하나 하나 크기까지 세세하게 조절해가며 만들 수는 없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 2’ 고유의 분위기에 맞는 캐릭터 설정이 제법 아기자기하다.
캐릭터를 다 만들고 게임에 접속하면 드디어 게임의 배경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나온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이전에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에게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세계관과 배경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동영상이다. 애니매이션 영상도 상당히 공들여 만들었다. 처음하는 사람은 그냥 스킵해 넘기기 보다 꼭 감상하길 권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갖출 건 다 갖춘 그래픽
처음 둘러본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첫 인상은 아기자기하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에서 최신 게임의 화려한 그래픽을 기대했다면 첫 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시기적으로는 분명 최신 3D MMORPG임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이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대작 MMORPG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간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화면에는 MMORPG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최소한 MMORPG에 필요한 것은 다 갖췄다는 뜻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될 인터페이스부터 따져보자.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인터페이스는 MMORPG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그런 인터페이스다. 스킬 끌어다 단축키 창에다 놓고, 메뉴 아이콘 조정이 가능하고, 단축키 누르면 해당하는 창이 바로 뜨고. 딱히 어려운 점이나 모자라 보이는 점은 없다. 정석대로 잘 타고 온 느낌이다.
비록 화려한 광원효과나 미려한 모델링은 없지만 장시간 게임을 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깔끔한 그래픽과 밝은 분위기의 배경이 돋보인다. 특히 기존 밝고 아기자기한 라그나로크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차근 차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퀘스트는 장점
‘라그나로크 온라인 2’에는 별도의 튜토리얼은 없다. 간단한 단축키 설명도 없고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퀘스트를 받고 전투와 수집을 반복하며 해결해가는 방식이다. 그만큼 따로 공부(?) 안해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게임 내내 해당 퀘스트에 적합한 힌트 창이 화면 하단부에 뜬다. 튜토리얼이 없다는 것은 MMORPG 초심자에게는 다소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불편할 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성질 급한 게이머에게는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좋은 방식이다.
<일단 그냥 무조건 때려잡으면 되겠지>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퀘스트는 다른 MMORPG에서 보아왔던 퀘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정된 구역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아이템을 수집해서 NPC에게 보고하면 된다. 지도 창을 열면 해당 지역 내에서 퀘스트를 어디서 받을 수 있고 보고할 수 있는지 다 나와있기 때문에 길 찾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퀘스트 시스템에는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정작 퀘스트를 해결하며 ‘라그나로크 온라인 2’ 스토리를 이해하긴 그다지 쉽지 않다. 스토리 상 중요해 보이는 퀘스트 인데도 불구하고 컷씬이나 동영상이 별로 없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퀘스트 시스템 자체가 너무나 고전적인 스타일이라 거기 뭐가 써 있는지 흥미가 전혀 들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건 몬스터 몇 마리 잡으라는 지시사항뿐이고, NPC가 뭐라 하는지 해당 퀘스트 배경이 뭔지는 눈에 전혀 들어오지도 않는다.
실질적으로 ‘라그나로크 온라인2’ 자체가 스토리는 뒷전이고 일단 ‘닥치고’ 퀘스트 수행만 하도록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이야 고전게임인 만큼 스토리보다는 레벨 노가다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쳐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후속작에서까지 이걸 충실히 재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나 퀘스트 자체를 레벨업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유저들에게는 큰 어려움 없이 퀘스트만 수행해도 일사천리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평범한 전투, 어떤 특징이 있나?
전투 부분은 평범하다. 큰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라그나로크라는 브랜드 인지도 상 고도의 전략적이고 분업적인 플레이를 원한 것은 아니다. 무빙샷이니 메즈니 어그로니… 이런 머리 아픈 것 없이 전작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전투 시스템처럼 몬스터를 잔뜩 몰아서 딜레이 없는 스킬 팍팍 넣고 물약 빨면서 시원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전투를 기대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전투는 너무나 밋밋하다. 그냥 몹 하나 타겟으로 잡고 스킬 쓰면 쿨 몇 초 돌고 그 동안 다른 스킬 쓰고 쿨 지나면 또 스킬 쓰고… 물약에도 쿨이 있다. 당연히 몬스터를 수십 마리씩 몰아서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양산형 MMORPG와 별 다를 게 없는 전투다. 기본은 갖춘 전투 시스템이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화끈한 전투를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실망스럽다.
전작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 다양한 특색 부여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여러 시스템을 계승했다. 당장 ‘라그나로크 온라인 2’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육성이 그렇다. 캐릭터 육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정하는 ‘스탯’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전투에 사용할 ‘스킬’ 부분이다. 그냥 레벨만 올리면 꼬박 꼬박 능력치를 알아서 정해주고 스킬 알아서 찍어주는 타 MMORPG와는 차별화 된 부분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해 본 게이머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그라비티 MMORPG의 간판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스킬 트리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지만,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스탯이야말로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근접 공격을 위주로 하는 ‘소드맨’ 직업이라고 해도 스탯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개성이 달라진다. ‘힘’을 위주로 올리면 공격력이 크게 증가하고, ‘민첩’을 올리면 적에게 치명타 확률이 높고, ‘건강’을 위주로 올리면 에너지가 왕창 늘어난다든가 하는 식이다. 정말 ‘입맛에 맞는’ 육성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무슨 카드를 모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작에서 큰 인기가 있었던 카드 시스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다만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카드시스템은 전작과는 좀 다르다. 슬롯이 있는 장비마다 일일이 카드를 박아야 했던 전작과는 다르게,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카드 시스템은 그냥 캐릭터에 몇 개 박아주면 된다.
전작의 것을 받아들이되 까다로웠던 부분을 좀 더 간략하게 변화시켜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기에 ‘카드첩’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지금까지 이 캐릭터가 어떤 카드를 얼마나 모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되어 수집욕구까지 불러일으켰다. 즐거운 진화다.
<도전과제와 빙고가 합쳐진 모습의 ‘카라’ 시스템>
‘라그나로크 온라인 2’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이 도전과제, ‘카라’ 시스템이다. ‘빙고’와 ‘도전과제’ 시스템을 합쳐 놓은 모습인 ‘카라’는 게이머가 자신이 게임에서 해당 과제를 달성하면 시스템에 기록이 남고, 이 기록을 ‘빙고’처럼 줄 단위로 모으면 일정한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과제 중에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좀 노력을 들여야 달성 가능한 것도 있어서 게이머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에서 단순히 레벨 업이 전부가 아니라 이러 저러한 게임 컨텐츠를 체험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있고, 또 보상도 주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시스템이다.
좋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부실하다!
'라그나로크2'를 하면서 느낀점은 '내용은 좋은데 그것을 담는 그릇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에서 문제가 생기니 답답할 노릇이다. 개발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일 것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후속작 답게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시스템을 잘 계승한 점도 괜찮은 부분이고, 다른 MMORPG에 있는 요소 중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잘 갖춰 놓은 부분도 높이 살만하다. 기본기에 충실한 만큼 그만한 흥행도 달성했다.
그러나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발목을 잡는 부분은 따로 있다. 그라비티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서버 불안정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 서버 불안정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 오픈 당일 발생한 서버다운 정도야 누구나 이해할 만한 문제였다. 관심 좀 받는다 하는 온라인 게임 중에서 오픈 첫 날 서버다운 한 번 안 겪어 본 게임이 몇 개나 될까?
<따로 튜토리얼을 진행할 필요 없는 익숙한 시스템>
하지만 그랜드 오픈 이후에도 (사람이 몰리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데일리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서버 점검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이 멀다 하고 수시간에 육박하는 온갖 임시 점검이 벌어질 정도로 서버가 불안정하다. 그라비티 측이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 서버를 정상 오픈 했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이유로 서버가 다운되고 점검에 들어가는 것은 유저의 입장에서 참기 힘든 일이다.
여기에 맞물려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버그들도 지적된다. 특정 스킬 버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속도의 레벨 업(넉넉잡아 이틀이면 만렙!)을 필두로 해서 MMORPG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될’ 아이템 복사 버그까지 그랜드 오픈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게임 자체가 허접하면 그러려니 넘기겠지만 콘텐츠 기본이 잘 갖춰진 게임이라서 이런 서버 불안정과 버그들이 더 안타깝다.
다행인 것은 그라비티가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솔직하고 성실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공지에 올리고, 유저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게시판에는 비난 의견도 많지만 반대로 응원의 글도 많다. 더 이상 안정성 문제로 골치를 썪이지 않을 때가 되면, 라그나로크2는 썩 괜찮은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인식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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